락 음악의 핵심은 강렬한 드럼 사운드입니다. 특히 믹싱 단계에서 드럼의 음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EQ(이퀄라이저)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락 드럼의 주요 구성 요소인 킥, 스네어, 오버헤드의 EQ 설정법을 중심으로, 각 파트의 소리를 선명하고 파워풀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설명합니다.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주파수 대역 정보와 프로 믹싱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팁도 함께 소개하니, 드럼 사운드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킥 드럼 EQ 설정법
락 음악에서 킥 드럼은 단순한 저음 악기를 넘어 전체 리듬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중심축입니다. 따라서 킥 드럼의 EQ는 단순히 베이스를 부스트하는 수준이 아니라, 믹스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보통 이 장르에서 킥은 무겁고 단단한 저음과 동시에 빠른 어택감을 요구받기 때문에, EQ 설정에서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우선 50~80Hz 대역은 킥의 가장 중요한 저음 에너지 구간입니다. 이 범위는 킥의 무게감과 깊이를 결정하며, 제대로 부스트하면 청자가 가슴으로 '쿵' 하고 느낄 수 있는 강한 타격감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 대역은 베이스 기타의 루트음과 겹치기 쉬워서, 믹스에 따라 부스트보다는 컷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믹스를 열어놓고 베이스와 함께 들어보며 어느 악기에 초점을 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때 FabFilter Pro-Q3 같은 시각화 가능한 EQ 플러그인을 활용하면 충돌 대역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100~150Hz는 킥의 중저역 '포인트'에 해당하며, 저음의 명확한 경계선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너무 부스트하면 벙벙거리는 느낌이 날 수 있어 이 구간은 조심스럽게 다뤄야 합니다. 특히 킥이 다른 타악기나 베이스와 섞일 때 이 대역이 과도하면 전체 믹스가 탁하고 혼탁해질 수 있으므로, 이 범위를 살짝 컷해주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2~4kHz 대역은 킥 드럼의 어택과 존재감을 극대화하는 포인트입니다. 이 영역을 부스트하면 킥이 다른 악기 사이에서도 뚜렷이 들리고, 드럼의 타격감이 살아납니다. 특히 빠른 템포의 하드 락이나 펑크락에서는 이 구간을 잘 살리는 것이 필수입니다. 단, 이 범위도 보컬이나 기타와 겹칠 수 있으므로 좁은 Q값으로 부스트하거나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사용해 필요할 때만 강조되도록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킥의 고역(6~8kHz)은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지만, 킥 헤드의 마찰음이나 '클릭' 느낌이 필요한 장르에서는 미세하게 부스트해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트리거 샘플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이 구간을 강조하여 킥을 더 기계적이고 정밀하게 들리게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30Hz 이하의 초저역은 대부분의 스피커에서 재생되지 않으며, 오히려 믹스를 탁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하이패스 필터(롤오프 필터)를 사용해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보통 25~30Hz부터 급격하게 컷하는 방식으로 설정합니다. 이때도 Linear Phase EQ를 사용하면 위상 문제 없이 정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추가로, 드럼킷 전체가 여러 마이크로 녹음되는 경우 킥 마이크의 위상 반전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스네어나 오버헤드 마이크와 위상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EQ를 써도 킥이 작고 밋밋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믹싱 초반에 위상 정렬을 먼저 확인하고 EQ를 적용하는 순서가 효율적입니다.
스네어 드럼 EQ 설정법
스네어 드럼은 락 음악에서 가장 상징적인 악기 중 하나입니다. 중간 박자를 때리는 스네어의 펀치감은 리듬을 리드하고, 전체 사운드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스네어 EQ는 킥보다 훨씬 섬세하면서도 다양한 대역을 조정해야 합니다. 특히 스네어는 단순한 원 소리보다 룸, 앰비언스, 탑/바텀 마이크의 조합으로 더 복합적인 사운드를 형성합니다.
먼저 200~250Hz는 스네어의 바디감이 위치한 대역입니다. 이 영역은 스네어의 '살집'을 만들어주는 포인트로, 너무 약하면 스네어가 가볍게 들리고, 너무 강하면 뭉개지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믹스 전체가 빈약하게 들린다면 이 영역을 살짝 부스트해보고, 반대로 전체가 탁하다면 컷해보는 방식으로 테스트합니다. 특히 240Hz 주변은 저가 드럼에서 울림이 과하게 나타날 수 있어 컷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800Hz~1.2kHz는 스네어의 톤을 결정하는 핵심 대역입니다. 이 구간을 조정하면 스네어의 성격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빈티지 락에서는 이 대역을 부스트해 약간 '통통'거리는 소리를 강조하고, 현대 락에서는 오히려 살짝 컷하여 더 날카롭고 타이트한 느낌을 줍니다. 특히 이 대역은 룸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마이킹 환경이나 리버브 설정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습니다.
스네어의 존재감을 극대화하려면 3kHz~5kHz 대역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스네어의 어택이 모여 있는 구간으로, 부스트하면 '탁' 하고 터지는 느낌이 강조됩니다. 하지만 이 구간은 보컬, 기타, 심벌과도 많이 겹치는 영역이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좁은 Q값으로 조절하거나, 멀티밴드 EQ로 특정 타이밍에만 강조되도록 설정하면 다른 악기들과 충돌 없이 믹스에 어울릴 수 있습니다.
스네어 드럼은 위/아래 마이크(Mic Top & Bottom)로 수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마이크는 주로 바디와 어택을 담고, 아래 마이크는 스네어 와이어(쇠줄)의 섬세한 고역을 포착합니다. 아래 마이크는 6kHz~12kHz 사이의 고역을 중심으로 EQ를 설정하며, 너무 부스트하면 치찰음이 심해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두 마이크의 위상을 정렬하지 않으면 특정 주파수가 상쇄되어 사운드가 얇아지므로, 위상 반전(Invert Phase) 버튼으로 정확히 맞춰주는 작업도 중요합니다.
또한, 스네어는 리버브를 적용하는 주 악기 중 하나입니다. 리버브 전단 EQ로는 저역(100Hz 이하)과 고역(10kHz 이상)을 컷하여 리버브 사운드가 전체 믹스를 덮지 않도록 조정할 수 있습니다. Pre-EQ → 리버브 → Post-EQ 순으로 체인 설정을 하면 더욱 세밀한 조절이 가능합니다.
오버헤드 EQ 설정법
오버헤드는 단순히 심벌을 담기 위한 마이크가 아닙니다. 현대 믹싱에서는 오히려 전체 드럼킷의 ‘이미지’를 만드는 핵심 마이크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EQ도 특정 심벌의 톤을 살리는 것을 넘어서, 드럼킷 전체의 공간감과 입체감을 조절하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오버헤드 EQ의 첫 번째 핵심은 저역 제거(하이패스 필터)입니다. 일반적으로 100~150Hz 이하의 저역은 킥, 탐탐 등의 저주파가 섞여있고, 이는 오버헤드에서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특히 킥이 오버헤드에서 강하게 들어오면 믹스 전체가 저역 과잉으로 흐려질 수 있으므로, 하이패스 필터를 적극 활용합니다. 일반적으로 120Hz 정도에서 컷하면 적당한 공간감이 유지되면서도, 킥과의 간섭을 줄일 수 있습니다.
500Hz~1kHz 대역은 룸 사운드가 형성되는 영역으로, 이 구간을 부스트하면 전체적으로 빈티지하거나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현대적이고 타이트한 믹스를 원한다면 이 부분을 살짝 컷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이 대역은 심벌의 중역과 드럼셋의 룸 반사음이 섞이는 부분이기 때문에, 톤 조절에 따라 전체 믹스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벌의 섬세한 디테일은 7kHz~12kHz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구간은 오버헤드에서 가장 민감하게 다뤄야 할 대역입니다. 지나치게 부스트하면 심벌이 너무 날카롭고 귀에 거슬릴 수 있고, 과하게 컷하면 심벌이 ‘이불에 덮인’ 것처럼 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보통 10kHz 부근을 좁은 Q값으로 부스트하여 브릴리언스를 살리는 경우가 많으며, 마스터링을 염두에 둔다면 부스트보다는 컷 위주로 공간감을 조정하는 것이 안정적입니다.
또한 오버헤드는 스테레오 이미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소스입니다. 따라서 L/R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EQ를 설정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왼쪽 마이크가 심벌을 많이 담고 있고, 오른쪽은 탐탐 위주로 수음된다면, EQ도 각각 다르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를 Mid/Side EQ 플러그인을 활용해 MS 방식으로 조절하면 더욱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오버헤드에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도 흔합니다. 특정 주파수 대역이 심하게 튀거나 클립될 경우, EQ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우므로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병용하면 훨씬 유연한 믹싱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8~12kHz 대역만 소프트하게 컴프레싱하여 심벌의 날카로움을 줄이면서도 톤은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버헤드는 전체 드럼 사운드의 "글루(Glue)" 역할을 하기 때문에, EQ뿐 아니라 페이징, 컴프레서, 리버브 등과 함께 종합적으로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위상 정렬은 다른 어떤 파트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체 사운드를 넓고 풍성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