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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앙의 철학과 스타일, 구체적 구현 사례, 발전 가능성

by ispreadknowledge 2025. 7. 1.

올리비에 메시앙 관련 사진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인 메시앙과 관련된 키워드 몇 가지를 뽑아 본다면 '종교', '자연', '독창적 리듬과 음색 사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사상가’이자 ‘음악언어 창조자’등 다양한 모습으로 알려져 있는 그가 바로 오늘 포스팅의 주인공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의 종교 및 철학적 배경, 작품 스타일, 그가 현대 작곡가들에게 주는 통찰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메시앙의 철학과 스타일

올리비에 메시앙(Olivier Messiaen)은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났으며, 어릴 때부터 성서와 신화에 심취했던 그는 가톨릭 신앙을 음악의 중심축으로 삼았습니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종교적 표현을 넘어, 신에 대한 경외심과 영적 계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자신의 작곡을 “믿음의 행위”로 간주했으며, 음악을 통해 인간의 감각을 초월한 신성한 질서를 묘사하려 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작품 전반에 드러나며, 시간의 멈춤, 영원의 개념, 신비주의적 분위기 등으로 나타납니다.

종교적 관념을 심층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는 서양 전통 음악의 틀을 넘어 다양한 음악 문화를 탐구했습니다. 특히, 중세 그레고리오 성가와 교회선법에서 선율의 수직적 움직임과 모호한 음계감을 받아들였고, 인도 리듬이론에서는 탈라(tala)의 복잡한 구조에 주목하여 새로운 시간 개념을 음악에 적용했습니다. 일본의 궁정음악 가가쿠(雅楽)에서는 음색과 정적 공간의 미학을 흡수했고, 이는 후에 그가 작곡한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1941)>나 <일곱 개의 하늘빛의 찬가(1960)> 등에서 리듬과 음색을 조형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제한된 변형 가능 음계”라는 독창적인 화성어법이 창안되었는데, 이를 통해 그는 비대칭 리듬 구조, 비역행 리듬 등 당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음악 언어를 완성하게 됩니다.

생애 동안 그가 남긴 작품으로는 70여 개 이상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장르별로도 다양합니다. 관현악에서는 <튀랑겔릴라 교향곡(1948)>과 <엑소디움(1965)>, 피아노 독주곡으로는 <새의 카탈로그(1956~1958)>와 <네 개의 리듬연구곡(1949)>, 합창 작품으로는 <세 개의 작은 예배곡(1930)>과 <영광의 몸(1969)>, 오르간 음악으로는 <십자가의 길(1931)>과 <성체의 신비(1949)> 등이 있습니다. 실내악에선 역시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1941)>가 대표적입니다.

또한, 메시앙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의 작곡과 교수로 40여 년간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 힘썼습니다. 그의 제자 중에는 피에르 불레즈,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이안니스 크세나키스 등 이후 현대 음악의 흐름을 주도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한 기술적 스승을 넘어, 그는 각자의 창의성과 철학을 존중하며 스스로 음악 세계를 확립하게끔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렇듯, 메시앙은 교육자이자 사상가로서, 작곡가로서뿐 아니라 현대 음악 사상의 구조적 토대를 마련한 존재로 평가받습니다.

구체적 구현 사례

메시앙의 작곡 스타일은 신앙, 자연, 시간 개념이라는 세 가지 중심축으로 구성되며, 대표작 속에서 명확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1941)>와 <새의 카탈로그(1956~1958)>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1941)>는 그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포로 수용소에서 작곡한 실내악 작품입니다.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피아노라는 이례적인 편성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요한계시록의 묵시적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었으며, 총 8악장 중 대부분은 시간의 정지 혹은 영원성을 표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5악장 "예수의 영원성에 대한 찬가"는 느리고 명상적인 피아노의 코드 진행 위에 첼로가 길고 감정적인 선율을 이어가며, 화성적으로는 ‘제한된 변형 가능 음계’가 사용되어 모호하고 떠도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여기서 그는 전통 화성학의 긴장-이완 구조를 탈피하고, 수직적 화음 배치와 반복 음형을 통해 ‘정지된 시간’을 음악적으로 형상화합니다.

한편 <새의 카탈로그(1956~1958)>는 그가 조류학자로서 수집한 프랑스 전역의 새소리를 바탕으로 작곡한 피아노 독주곡 모음집입니다. 각 곡은 특정 새와 그 새가 서식하는 자연환경의 소리와 분위기를 재현하려는 시도입니다. 리듬적으로는 인도 탈라 리듬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박자의 비대칭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새소리의 유기적 리듬을 충실히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초원의 나이팅게일(1956)>에서는 복잡하게 얽힌 리듬 패턴과 불협화음적 화성 구조가 어우러지며, 인간의 손을 떠난 ‘자연 그대로의 음악’이라는 메시앙의 의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도 ‘비역행 리듬’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앞뒤가 같은 구조로 시간의 비선형성을 암시하며, 신의 시간 혹은 영원의 개념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쓰입니다.

화성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전통적 장단조 체계를 완전히 탈피하고 있습니다. ‘제한된 변형 가능 음계’는 대칭적 구조로 인해 특정 조성에 귀속되지 않으며, 고정된 느낌이 아니라 떠오르고 사라지는 듯한 모호한 인상을 줍니다. 예를 들어 <예수의 영광의 탄생(1935)>에서는 제1번 음계(도, 레♭, 미♭, 미, 파♯, 솔, 라, 시♭, 시) 등을 통해 화성의 방향성을 해체하며, 영적 공간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화성어법은 리듬, 음색, 시간 구성과 결합되어 곡 전체의 분위기를 명상적이며 초월적인 것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발전 가능성

시간 개념에 대한 철학적 접근, 음계와 화성의 구조적 해체, 자연음을 음악의 주요 소재로 활용한 점 등은 이후 많은 작곡가들이 그의 기법을 수용하거나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연 예술 분야에서는 그의 음악이 무대 연출과 결합되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세상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1941)>는 종종 설치미술이나 무용과 결합된 형태로 공연되며, 종교적·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연극과 전시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대 전시회에서는 메시앙의 자연주의적 작품이 ‘음향 설치 예술’로 재구성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새의 카탈로그(1956~1958)>는 박물관이나 자연전시관에서 실제 새소리와 함께 시청각적으로 재현되며 현대 생태예술의 하나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영화나 광고 분야에서 메시앙의 음악이 직접 인용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의 영향을 받은 음악적 스타일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터스텔라(2014)>의 배경음악에서 느껴지는 '무한 시간 속 정지된 감정'과 유사한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직접적인 인용보다는 메시앙의 음악 언어가 현대 영상음악에 내면화되었다는 반증입니다.

그의 제자였던 피에르 불레즈와 슈톡하우젠은 그의 스타일을 일부 이어받아 발전시켰습니다. 불레즈는 메시앙의 영향을 받아 음렬기법에 자연적 유기성을 도입했고, 슈톡하우젠은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그 외에도 트리스탄 뮈라이유와 제라르 그리제이처럼 스펙트럴리즘(음향스펙트럼 기반 작곡기법)을 창시한 작곡가들도 메시앙의 리듬과 음색 중심주의를 계승하여 현대 음악의 새로운 흐름을 형성했습니다. 이는 음악에 철학과 종교, 자연과 기술을 아우르는 종합예술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리비에 메시앙은 전통과 실험, 신앙과 예술, 자연과 철학을 통합한 독보적인 작곡가입니다. 그의 음악을 공부하는 것은 단지 악보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음악 세계관’을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음악과 소리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메시앙은 새로운 음향 창출의 가능성과 사유의 확장을 동시에 제시합니다. 이제 그의 작품을 더욱 깊이 있게 해석하며, 음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체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