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와 EDM은 각각 독립적인 음악 장르로 오랜 역사와 고유의 스타일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두 장르가 자연스럽게 융합되며 '테크노EDM'이라는 새로운 음악 스타일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테크노EDM을 제작할 때 반드시 이해하고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들을 살펴보며, 사운드 디자인, 리듬 구성, 믹싱 전략 등 실질적인 팁을 제공합니다.
사운드 디자인의 핵심
테크노EDM 사운드 디자인은 단순히 두 장르의 요소를 병합하는 것을 넘어, 각 장르가 가진 음향적 정체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창조적인 융합을 시도하는 과정입니다. 테크노는 미니멀하고 반복적인 구성과 무거운 저음역대, 드라이한 톤, 인더스트리얼한 느낌을 특징으로 하는 반면, EDM은 스펙트럼 전반에 걸쳐 화려하고 다이내믹한 사운드를 자랑합니다. 이 두 장르를 조화롭게 녹여내기 위해선 전반적인 사운드 밸런스, 음향 공간감, 그리고 에너지 흐름에 대한 세심한 설계가 필수적입니다.
우선 핵심 사운드인 킥 드럼 설계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테크노에서는 묵직하고 둔중한 킥이 주를 이루며, EDM에서는 펀치감 있는 킥이 중심입니다. 따라서, 테크노EDM을 위한 킥은 저역의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클릭음(click)이나 초기 어택을 강조하여 EDM의 날카로운 감각을 살리는 방식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킥 샘플을 직접 녹음하거나, 여러 소스를 레이어링하여 자신만의 킥을 만드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킥 샘플을 선택했다면 EQ로 50~60Hz 대역을 강조하고, 100Hz 언저리를 깎아주어 저역 충돌을 줄이며, 어택을 살리는 방식으로 믹싱합니다. 베이스라인은 이 장르의 사운드를 떠받치는 기둥입니다. 테크노에서 흔히 사용되는 롱톤 기반의 서브베이스 스타일과, EDM에서 자주 사용되는 리듬감 있는 미드베이스 스타일을 혼합하여 멜로디와 리듬을 동시에 지탱할 수 있어야 합니다. FM 신스를 사용해 톤을 날카롭게 만들거나, 아날로그 신스를 활용해 웜(warm)한 질감을 더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운드를 설계할 때는 반드시 다른 요소들과의 주파수 간섭을 고려하여, 멀티밴드 EQ를 활용해 저역대는 단단하게 유지하고 중고역은 적절히 정리해야 합니다.
리드 신스와 패드 역시 두 장르의 특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테크노의 어두운 분위기와 단조로운 진행, EDM의 화려한 멜로디와 음색을 동시에 갖추려면, 신스 선택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운드 디자인 도구로는 Serum, Massive X, Diva, Sylenth1 등 다양한 신디사이저가 유용하며, 각 프리셋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닌 ADSR, 필터 커브, LFO 등의 조절을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톤을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패드는 딥한 공간감을 주는 데 효과적이며, 초반 인트로나 브레이크 구간에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FX 요소와 배경 사운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백그라운드 텍스처, 노이즈, 드론, 사이렌, 라이저, 임팩트 등 다양한 효과음은 사운드 디자인의 빈 공간을 채워주며, 트랙의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
예를 들어, 테크노 특유의 환경음(Factory Noise, Machine Loop 등)을 EDM의 빌드업 구간에 삽입하면 매우 인상적인 전환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간감 설계가 핵심입니다. 테크노EDM은 대부분 클럽이나 페스티벌 같은 대규모 공간에서 재생되므로, 각각의 사운드가 어떤 위치에 배치될지를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모노/스테레오 분리를 통해 중심 사운드는 모노로, 보조적인 사운드는 스테레오로 배치하며, 리버브와 딜레이 설정 시 사운드가 서로 묻히지 않도록 '프리딜레이', '디케이 타임', '하이컷/로우컷' 등을 정교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소리를 쌓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공간 속에 배치하는' 수준의 사운드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리듬과 구조 설계
리듬과 구조는 테크노EDM의 ‘몸통’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두 장르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바로 리듬과 구조의 구성 방식에 있습니다. 테크노는 반복적이고 점진적인 리듬 변화를 통해 깊은 몰입을 유도하며, EDM은 극적인 전개와 강렬한 드롭을 통해 감정의 폭발을 유도합니다. 이러한 상반된 성격을 하나의 트랙 안에서 자연스럽게 통합하려면, 리듬 디자인에서부터 구조적 설계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먼저, 기본 비트 구성을 살펴보겠습니다. 테크노에서는 4/4 박자의 킥 드럼이 정해진 패턴으로 반복되며, 이는 음악의 중심 축 역할을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하이햇, 클랩, 퍼커션이 적절히 배치되어 리듬을 보강합니다. EDM에서는 동일한 4/4 박자를 사용하되, 드럼 루프와 퍼커션이 곡의 섹션마다 다르게 변형되어 다양한 리듬감을 형성합니다. 테크노EDM에서는 이러한 구조를 응용해, 8마디, 16마디, 32마디 단위의 박자 변화를 설계하여 트랙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트로에서는 테크노 스타일의 킥+하이햇 반복 패턴을 32마디 이상 유지하면서 청자의 집중도를 높이고, 점차적으로 필터링된 리드 신스나 FX를 삽입하여 EDM 특유의 빌드업으로 이어지는 연출이 가능합니다. 빌드업 구간에서는 노이즈 라이저, 클랩 롤, 하이햇 트릴, 보코더 음성 등을 활용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드롭 구간에서 완전히 새로운 리듬 패턴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하이햇 디자인도 매우 중요합니다. 오픈 하이햇과 클로즈 하이햇을 교차 배치하고, 스윙감을 부여함으로써 리듬에 유동성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테크노에서는 하이햇의 리듬이 단순한 채워넣기가 아닌, ‘공간의 숨결’처럼 작용하기 때문에 그 여백과 배치 타이밍이 곡의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다음으로 구조적 구성을 들여다보면, 테크노는 A-B-A-B 구조가 아닌 점진적 누적(Accumulation)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EDM은 인트로 - 빌드업 - 드롭 - 브레이크 - 드롭 - 아웃트로와 같이 구간 구분이 명확한 편입니다. 테크노EDM에서는 이러한 구간을 적절히 혼합하여, 예측 가능한 흐름 속에서도 점진적인 변화와 몰입감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이때 유용한 전략이 바로 에너지 커브 설계입니다. 트랙의 전체적인 에너지 흐름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드롭 구간에서 최고점을 찍고 다시 점차 낮아지는 방식의 피크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흐름을 염두에 두고 각 섹션의 사운드 밀도, 악기 수, 이펙트 양 등을 조절함으로써 청자의 몰입도와 흥미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브레이크 구간은 테크노EDM에서 ‘숨 고르기’ 이상의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드롭을 위한 준비 구간이 아니라, 리듬을 해체하거나 엠비언트 사운드를 강조하여 분위기를 극적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러한 구간에서 필터 스윕, 리버스 이펙트, 텍스처 음향을 사용하면 훨씬 더 극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곡의 종료 방식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테크노의 긴 루프 기반 아웃트로 방식은 디제잉에서 유리하며, EDM의 짧고 강렬한 클로징은 라디오나 스트리밍에 적합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곡 안에 두 가지 종료 방식을 적용한 버전을 제작하여 유통 환경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믹싱과 마스터링 전략
믹싱과 마스터링은 테크노EDM의 최종 품질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운드 디자인과 리듬 구성이 되어 있어도, 믹싱이 부족하면 전체 트랙의 임팩트가 약해지고, 마스터링이 잘못되면 청중에게 전달되는 사운드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특히 테크노EDM처럼 다채로운 사운드 소스가 공존하고, 클럽 시스템에서의 재생을 전제로 하는 음악에서는 더욱 세심한 믹싱 전략이 필요합니다.
믹싱의 첫 단계는 주파수 분리입니다. 킥, 베이스, 리드, 패드, 퍼커션, FX 등 각 사운드는 특정 주파수 대역을 차지합니다. 이들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EQ를 통해 범위를 분리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운드가 명료하게 들릴 수 있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킥은 40~80Hz의 저역을, 베이스는 80~200Hz의 영역을 사용하며,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사이드체인 컴프레서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이드체인 컴프레싱은 테크노EDM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며, 킥이 들어올 때 베이스나 패드의 볼륨을 살짝 줄여줘 사운드 간의 공간을 확보하는 기법입니다. Ableton의 Glue Compressor, FabFilter Pro-C2, Xfer LFO Tool 등 다양한 플러그인을 사용할 수 있으며, 어택과 릴리즈 시간을 조절하여 자연스러운 펌핑 효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스테레오 이미지 관리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센터에는 킥, 스네어, 베이스 같은 핵심 요소를 배치하고, 스테레오 영역에는 패드, FX, 리드 신스 등을 넓게 퍼지도록 조정하여 공간감을 확보합니다. Ozone Imager나 Waves S1과 같은 스테레오 확장 플러그인을 활용해 각 트랙의 위치를 조정하면, 트랙 전체가 훨씬 입체적으로 들리게 됩니다. 다이내믹 컨트롤도 필수입니다. 곡 전체의 볼륨 균형이 적절해야 청취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으며, 특히 드롭 구간과 브레이크 구간의 대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컴프레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정 소스가 너무 튀거나 묻히는 현상이 있다면 멀티밴드 컴프레서를 통해 조정합니다.
마스터링 단계에서는 최종 음압을 확보하면서도 각 주파수 대역의 밸런스를 다시 한 번 조율합니다. 이때 너무 과도한 리미팅은 트랙의 다이내믹을 죽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다양한 청취 환경(이어폰, 스피커, 자동차, 클럽 등)에서 테스트하여 어느 정도의 보편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스터링 툴로는 iZotope Ozone, FabFilter Pro-L2, Brainworx BX_Masterdesk 등이 효과적입니다. 또한 레퍼런스 트랙과의 비교 분석은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필수 전략입니다. 자신이 지향하는 사운드를 가진 상업용 트랙과 자신의 트랙을 번갈아 들어보면서, 주파수 대역, 공간감, 볼륨 등을 비교하며 조정하면 완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 팁으로, 믹싱과 마스터링은 모니터링 환경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스피커와 정돈된 룸 환경, 그리고 플랫한 헤드폰을 통해 사운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조정해야 실제 환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