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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팝의 탄생과 화성적 특성

by ispreadknowledge 202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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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티팝 관련 사진

오늘 알아볼 일본 시티팝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 장르로, 독특한 화성 진행과 세련된 사운드가 결합된 레트로 감성의 결정체입니다. 이 글에서는 시티팝 장르를 음악이론 관점에서 깊이 있게 분석하고, 화성학적 구성과 그에 따른 사운드 특징을 통해 왜 지금까지도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사랑받는지를 탐구해봅니다.

시티팝의 탄생 배경과 음악적 특징

일본 시티팝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장르로, 당시 일본 사회의 고도 경제 성장기와 도시화, 그리고 서구 문화의 영향력이 결합되어 형성된 독특한 음악 문화입니다. 이 장르는 단순한 팝음악이 아니라, 서양의 재즈, 펑크, 소울, 디스코, 락 요소들이 일본 고유의 감성과 융합되어 탄생한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시의 경제적 풍요는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도시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가진 음악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 대도시의 나이트라이프와 드라이브 문화는 시티팝의 음악적 분위기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반짝이는 야경, 밤의 고속도로, 도심 속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 등이 이 음악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이죠. 이런 분위기는 가사뿐 아니라 멜로디, 편곡, 심지어 음색 선택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아티스트로는 야마시타 타츠로(Tatsuro Yamashita), 마츠토야 유미(Yumi Matsutoya, 구 유밍), 안리(Anri), 오오타키 에이이치(Eiichi Ohtaki) 등이 있으며, 이들은 단순히 가수에 그치지 않고 작곡, 편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해내며 ‘아티스트’로서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야마시타 타츠로는 특히 고급 화성 구성과 정교한 리듬감으로 시티팝 장르의 정체성을 확립한 인물로 평가받으며, 그의 대표곡 “Sparkle”, “Ride on Time” 등은 현재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리메이크되며 살아 숨쉬는 명곡으로 남아 있습니다. 음악 이론적으로 살펴보면 시티팝은 일반적인 일본 대중가요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3화음의 조합이 아닌 세븐스(7th), 나인스(9th), 서스포(sus4, sus2) 코드 등이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이로 인해 음악에 깊이와 세련미가 더해집니다. 특히 재즈의 전통적인 코드 진행과 팝의 멜로디 감각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대중음악임에도 고급 음악이론적 이해를 필요로 하는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이처럼 시티팝은 단순한 복고 스타일의 음악이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적 분위기, 문화적 유행, 그리고 이론적으로 탄탄한 음악성까지 모두 겸비한 장르이며, 오늘날까지도 리스너들의 귀를 사로잡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시티팝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화성 진행

시티팝의 정체성을 가장 명확하게 규정지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는 화성 진행(Harmonic Progression)입니다. 일반적인 팝음악이 I-IV-V와 같은 단순한 삼화음 구조를 사용하는 데 비해, 시티팝은 보다 다양하고 세련된 코드를 활용하여 훨씬 더 복잡하고 감성적인 사운드를 창출합니다. 이는 바로 재즈와 펑크, R&B로부터 영향을 받은 화성학적 기법의 도입 덕분입니다. 대표적인 시티팝 코드 진행은 Imaj7 – ii7 – V7 – Imaj7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C메이저 키를 기준으로 보면 Cmaj7 – Dm7 – G7 – Cmaj7이 되는데, 이 진행은 안정적인 동시에 부드러운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리스너의 감정을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여기에 9th, 11th, 13th 텐션 코드가 첨가되면 훨씬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음향이 완성됩니다. 이러한 코드는 단순한 멜로디 위에 다채로운 감정선을 부여하며, 음악에 섬세함과 우아함을 더해줍니다.

또한, 시티팝에서는 전통적인 다이어토닉 스케일을 기반으로 한 진행뿐 아니라, 비화성 코드(non-diatonic chord)나 차용화음(borrowed chord)의 사용도 눈에 띄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 서브도미넌트 마이너(iv) 코드, 플랫 세븐(bVII), 또는 증4도 진행(#ivdim7 → I)과 같은 구조는 전통적이지 않으면서도 매우 세련된 느낌을 주는 방식입니다. 이들은 곡에 일종의 ‘서프라이즈’를 주며, 청자의 예측을 벗어나는 감성의 곡선을 만들어냅니다.

서스포(suspended) 코드도 시티팝에서 자주 사용됩니다. sus2, sus4 등은 텐션감을 조성하고, 다음 코드로 전환될 때 해소감과 카타르시스를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구간에서 Dsus4 → D 같은 전개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데 탁월하며, 이는 시티팝 특유의 드라마틱함을 연출하는 주요 장치 중 하나입니다. 시티팝의 화성학은 단지 기술적인 도구가 아니라, 곡 전체의 감성적 흐름과 서사를 설계하는 핵심 도구로 작용합니다. 반복적이면서도 조금씩 변형되는 진행을 통해 ‘지루함 없는 반복’을 만들어내며, 이는 도시의 일상 속 리듬감 있는 반복과 묘하게 닮아 있습니다.

요즘 시티팝 리메이크 곡들을 들어보면 이러한 코드 진행이 그대로 사용되거나, 현대적인 악기와 함께 재해석되어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인디 신(Scene)에서는 시티팝의 화성 구조를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레트로 퓨전 장르’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는 화성학적 깊이를 가진 음악이 얼마나 시대를 뛰어넘는 힘을 가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시티팝 사운드의 조화와 현대적 계승

이렇게 시티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과 프로덕션 역량에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당시로서는 매우 진보적이었던 편곡 방식, 악기 선택, 믹싱 기술이 있었으며, 이들이 모여 시티팝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를 완성했습니다. 시티팝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된 악기로는 일렉트릭 피아노(Rhodes, Wurlitzer),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클린 톤 일렉트릭 기타, 슬랩 베이스, 디스코풍 드럼 머신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악기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이지만, 시티팝에서는 이들을 매우 정교하게 배치하고 조화시켜 하나의 유기적인 사운드 레이어를 형성합니다.

예를 들어 야마시타 타츠로의 “Love Talkin’”이나 안리의 “Remember Summer Days”를 들어보면, 악기 하나하나가 서로 간섭하지 않도록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으며, 빈 공간의 활용(공간감)도 뛰어납니다. 이는 당대 최고 수준의 스튜디오 장비와 믹싱 기술, 그리고 음악가들의 섬세한 감각이 결합되어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시티팝은 스테레오 이미지와 리버브를 활용하여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내는데 매우 능숙합니다. 이는 곡을 듣는 리스너로 하여금 마치 드넓은 도시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공간과 감정의 연결’을 실현합니다. 이런 요소는 오늘날의 로파이 힙합, 신스웨이브 등에서 계승되고 있으며, 현대 리스너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최근 들어 시티팝은 다시금 전 세계적으로 리바이벌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다양한 국가의 뮤지션들이 시티팝의 사운드를 오마주하거나 샘플링하여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으며, Night Tempo, Macross 82-99, Vantage, 국내에서는 죠지(George), 92914, 검정치마 등이 대표적인 계승자라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티팝의 정서와 화성 구조는 유지하면서도, 현대의 디지털 악기와 사운드 이펙트를 접목시켜 ‘뉴 시티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Night Tempo는 일본 여성 보컬 곡들을 리믹스하며 시티팝 붐을 견인했고, 그의 음악은 일본 본토에서 역수입되는 현상까지 만들어냈습니다. 결론적으로, 시티팝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운드와 구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진화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는 단순한 추억의 음악이 아니라, 음악이론과 사운드 디자인의 완성도가 만들어낸 시대 초월적인 예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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