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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쇤베르크 음악과 철학, 무조 음악 창안, 이론과 저서

by ispreadknowledge 2025. 6. 23.

작곡가 아놀드 쇤베르크 관련 사진

아놀드 쇤베르크는 20세기 음악의 혁신을 이끈 인물로, 클래식 입문자에게는 다소 낯설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음악은 단순한 ‘난해함’을 넘어, 조성 해체와 감정의 극단을 통해 새로운 음악적 세계를 열어줍니다. 이 글의 목적은 쇤베르크의 삶의 배경, 그가 만들어낸 '무조음악'이라는 개념과 예시,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글을 통해 그의 음악 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제, 쇤베르크를 단계별로 알아봅시다.

아놀드 쇤베르크 음악과 철학

아놀드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는 1874년 9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대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그의 유년 시절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않았으며, 공식적인 음악 교육 없이 대부분 독학으로 음악을 익혔습니다. 바이올린과 첼로를 연주하며 청소년기를 보냈고, 일찍부터 작곡에도 흥미를 보였지만 당시엔 직업 음악가가 되리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은행 서기로 일하면서도 틈틈이 작곡을 계속하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의 초기 작곡 인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은 알렉산더 폰 젬린스키(Alexander von Zemlinsky)였습니다. 젬린스키는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작곡 기술을 체계적으로 가르쳤으며, 두 사람은 평생의 음악적 교류를 이어갑니다. 또한 바그너와 브람스의 음악은 쇤베르크의 미학적 기반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브람스의 엄격한 구조미와 바그너의 극적인 화성 전개는 훗날 쇤베르크가 12음기법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죠.

쇤베르크는 일생 동안 다양한 장르에 걸쳐 약 50여 곡 이상의 주요 작품을 남겼습니다. 예를 들어, 실내악 분야에서는 <현악 4중주 1번(1905)>, <현악 4중주 2번(1908)>, <현악 4중주 3번(1927)> 등 중요한 작품들이 있으며, 이 중 특히 <현악 4중주 2번>은 무조음악의 시작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오케스트라 작품으로는 <관현악을 위한 다섯 개의 소곡(1909)>, <펠레아스와 멜리장드(1903)>,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변주곡(1943)> 등이 있고, 성악과 결합된 대표작에는 <달에 홀린 피에로(1912)>와 <구레의 노래(1901, 1911 개정)>가 있습니다. 오페라 장르에서는 <모세와 아론(1932~1937)>이, 종교적·철학적 주제의 관현악/합창곡으로는 <야곱의 사다리(1917)>가 있습니다.

그는 작곡가 외에도 화가, 작가, 이론가, 교수로도 활동했습니다. 표현주의 화가로도 인정받았으며, 1900년대 초반에는 카를 슈미트, 바실리 칸딘스키와 함께 미술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베를린과 빈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제자들인 알반 베르크, 안톤 베베른 등을 통해 ‘제2빈악파’를 형성했습니다. 그의 저서 <화성학(1911)>은 지금도 작곡 이론서로 널리 참고되는 고전입니다.

1933년, 나치가 유럽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자 유대인인 쇤베르크는 미국으로 망명하여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합니다. 미국에서도 UCLA 교수로 활동하며 미국 음악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말년에는 건강이 악화되었지만, 작곡과 강의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1951년 7월 1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세상을 떠났고, 그의 묘비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졌습니다. "I have dared to create beauty from dissonance." 쇤베르크는 조화와 불협 사이에서 새로운 질서를 탐색한, 음악 역사상 가장 용기 있는 창작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무조음악 창안

쇤베르크는 '12음 기법(12-tone technique)'을 바탕으로 ‘무조음악’이라는 새로운 작곡 기법을 창안해 냈습니다. 이는 단순히 조성이 없는 음악이 아니라, 특정 음 중심의 편중을 방지하고, 음들의 평등한 사용을 지향한 체계입니다. 이를 위해 12개의 반음계 음을 반복 없이 특정 순서로 배열해, 전체 곡의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전통적인 조성 중심의 음악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사상을 다루기 위해, 기존 체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질서를 스스로 구축한 것이었습니다.

이 개념이 실제로 구현된 작품 중 하나가 <피아노 모음곡 Op.25(1923)>입니다. 이 곡은 12음기법을 사용한 최초의 완성작 중 하나로, 바흐의 조곡 형식을 20세기 음렬 구조로 해석한 작품입니다. 각각의 음이 고르게 사용되며, 조성에 기반하지 않은 화성 진행이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현악 4중주 4번(1936)> 역시 예시로 들 수 있는데, 이 곡에서는 음렬의 반전, 역행, 전위 등 다양한 변형 기법이 사용되어 작곡자의 논리적 구조와 창의적 감성이 동시에 드러납니다. 특히 느린 악장에서는 이론적 구성에도 불구하고 감정적인 깊이까지도 전달됩니다.

<모세와 아론(1932~1937)>은 그의 오페라 중 가장 실험적인 작품으로, 신과 인간의 대립을 음악적 언어로 풀어낸 명작입니다. 여기에서도 12음기법은 오케스트라 전체와 성악 파트에서 긴장감 넘치게 사용되며, 개념과 감정의 갈등을 음악적 장치로 표현합니다.

<관현악을 위한 다섯 개의 소곡(1909)>은 아직 12음기법이 구체화되기 전 무조음악 시기의 작품으로, 선율보다는 색채와 질감에 집중한 구성입니다. 이 곡은 ‘불협화음’이 어떻게 의도된 감정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곡들은 멜로디 중심의 음악에 익숙한 청자에게는 초기에는 다소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쇤베르크의 음악을 시기별로 나누어 감상하면 훨씬 자연스럽게 그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초기는 낭만주의의 연장선에 있는 <정화된 밤(1899)> 같은 조성 기반의 곡들부터 출발해, <현악 4중주 2번(1908)>이나 <달에 홀린 피에로(1912)>와 같은 무조음악으로, 이후 <피아노 모음곡(1923)>이나 <모세와 아론(1932~1937)> 같은 12음기법 작품으로 점진적으로 접근하면 충격 없이 그의 음악 세계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는 곧 음악을 '이해'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며, 청취자의 귀를 훈련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론과 저서

아놀드 쇤베르크의 음악은 기존의 조성 질서를 해체하고, 새로운 표현 방법을 탐색하며, 전통적인 미학의 경계를 넘어선 예술적 도전이었습니다. 그가 창안한 무조음악과 12음 기법은 음악에 있어서 ‘논리’와 ‘자유’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어냈고, 이 사유는 단지 그의 작품에서만 그치지 않고 수많은 후대 작곡가들에게 전이되었습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제자는 안톤 베베른(Anton Webern)입니다. 베베른은 쇤베르크의 사상과 기법을 가장 철저하게 계승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그는 쇤베르크의 12음기법을 음악의 형식성과 집약성의 극단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예를 들어, 그의 작품 <교향곡 Op.21(1928)>은 전체 길이가 10분 남짓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전통적인 2부 형식 구조와 12음 음렬의 정교한 조작이 긴밀하게 응축되어 있습니다. 그는 음 하나하나의 음색, 길이, 간격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계산된 구성 안에서 음악을 조직했고, 그 결과 베베른의 작품은 거의 분석을 위한 악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쇤베르크가 무조음악을 통해 감정의 극단을 탐색한 반면, 베베른은 음 자체의 물리적 존재와 배치에 더 집중했습니다. 이는 특히 그의 <현악 4중주 Op.28(1938)>이나 <칸타타 Op.31(1943)>과 같은 작품에서 잘 드러납니다. 음들의 간결한 사용, 정적이면서도 치밀한 질서감, 그리고 침묵까지 작곡의 요소로 활용하는 방식은, 베베른 음악을 ‘음악의 시’로 비유하게 만듭니다. 피에르 불레즈(Pierre Boulez), 루이지 노노(Luigi Nono), 밀턴 바빃(Milton Babbitt), 그리고 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등도 쇤베르크의 음악에 영감을 받은 음악가들입니다.

쇤베르크의 영향은 이론적으로도 깊습니다. 그의 저서 『화성학(Harmonielehre, 1911)』은 단순한 작곡 기법의 기술서가 아니라, 음악적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한 이론서입니다. 이 책은 19세기까지의 전통 화성학을 정리하는 동시에, 조성 해체와 새로운 음향 구성 가능성을 이론적으로 열어준 최초의 문헌 중 하나입니다. 그는 이 책에서 “화성은 감정의 언어이며, 음악의 문법은 감정의 문법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음악을 분석하는 기준을 단순한 규칙의 나열이 아닌 창작적 직관의 체계화로 제시했습니다.

현대에 와서 쇤베르크에 대한 평가는 매우 다양하고도 성숙해졌습니다. 20세기 중반까지는 ‘난해하다’, ‘차갑다’, ‘청중과 단절되어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지만, 21세기 들어서는 오히려 그의 음악이 현대인의 심리와 정서를 반영한 시대적 언어라는 재해석이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음악 평론가 알렉 로스(Alex Ross)는 “쇤베르크는 음악이 가진 감정의 언어를 해체하고 재조립함으로써, 인간 정신의 혼란과 모순을 표현한 가장 솔직한 작곡가였다”고 평가합니다.

그의 음악은 지금도 여전히 낯설 수 있습니다. 멜로디 중심의 음악에 길들여진 청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가 남긴 음악과 이론서, 그리고 제자들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왜’ 그가 그 길을 선택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음악을 단지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언어로 받아들이는 자세일 것입니다.